http://news.v.daum.net/v/20211223050105838
A씨 등은 지난 2018년 손자인 B군을 입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가정법원에 요청했다.
B군의 모친은 고등학생이던 때에 아이를 출산했으며 곧바로 남편과 이혼, 이후 부모인 A씨 부부에게 생후 7개월 된 B군을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A씨 등이 B군 양육을 시작했으며, B군도 말을 배우기 시작한 때부터는 조부모를 "엄마", "아빠"로 불렀다고 한다.
그러던 중 A씨 등은 B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입양을 허가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A씨 등은 B군이 친부모가 아닌 조부모에 의해 길러진 것을 알고 충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했다고 한다. 부모 없이 학창생활을 보내면 불이익을 받을 것이라는 점도 입양을 요청하는 사유로 들었다. B군의 친부모들은 A씨 등과 연락하거나 만나지 않고 입양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심은 가족 내부질서와 친족관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며 입양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민법 867조는 현재 어떤 환경에서 양육되고 있는지, 양부모가 양육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입양하고자 하는 동기는 무엇인지 등을 고려해 미성년자의 행복과 이익에 부합한다면 입양을 허가하도록 한다.
물론 다른 사정이 인정된다면 입양을 허가하지 않을 수 있다며 법원 재량의 여지를 열어놨다.
원심은 A씨 등 조부모가 친부모가 된다면, 결국 B군으로선 자신을 낳은 어머니를 누나로 불러야 하기 때문에 가족질서에 중대한 혼란이 초래된다며 입양을 불허했다. 굳이 입양을 하지 않더라도 A씨 등이 후견을 통해 B군을 양육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전합은 조부모의 손주 입양을 허용할 수 있는지에 관해 심리했다.
대법원은 지난 2011년 외손녀에 대한 친양자 입양은 불허한 바 있다. 친양자 입양의 경우 B군 사례와 같은 일반 입양보다 더 엄격하게 사유를 따진다. 친양자 입양을 하면 자녀를 출산한 부모와의 친족관계가 그 즉시 종료되는, 보다 강력한 신분형성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B군의 경우에는 일반 입양 요청으로, 조부모인 A씨 등에게 입양되더라도 자신을 낳아준 부모와 친족관계가 소멸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머니가 누나로 바뀌는 새로운 가족관계가 형성되므로 혼란이 예상된다고 볼 수 있다.
전합은 무엇이 B군의 복리를 위한 길인지 판단해 입양 허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조부모가 사실상 부모처럼 손자를 길러왔으므로, 앞으로도 조부모의 친자녀로 양육되는 것이 B군의 복리에 부합하다고 보면 입양을 허가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가족질서 안정성을 유지하고 친족관계를 해치면 안 된다는 점에 더 초점을 맞추면 입양은 불허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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