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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우의 쓱크랩북] 외부 FA 접촉부터 한유섬 계약까지… 옆에서 지켜본 SSG 2021년 겨울

  • 작성자 : sayida58
  • 작성일 : 22-01-18 19:35
  • 조회수 :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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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SG의 오프시즌은 소기의 성과와 아쉬움이 공존한 채 1막을 내렸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어찌됐건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했다. 무엇보다 팬들에게 죄송하고, 물심양면 지원해주신 신세계 그룹 가족들에게도 죄송하다”


지난 11월 10일, 사무실에서 만난 민경삼 SSG 대표이사는 2021년 시즌을 돌아보며 좋았던 점보다는 반성해야 할 부분을 먼저 이야기했다. 전년도 9위 팀이 선발투수들의 ‘줄부상’이라는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즌 마지막 날까지 포스트시즌을 놓고 다퉜다. 성과가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민 대표이사는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한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잘라 말하면서 “결국 14번의 무승부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 많다”고 고민을 드러냈다.


SSG는 2021년 14번의 무승부를 기록했다. 14경기 중 2~3경기에서 1점을 더 내거나, 혹은 1점을 덜 잃었다면 SSG는 가을잔치에 복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팀 재건의 첫 목표를 성공적으로 이루는 셈이었다. 하지만 그렇지 못했고, 이는 팀의 현 위치를 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승률(.508) 또한 그 느낌과 일치했다. 그런데 팀 연봉은 독보적인 1위였다. 분명 뭔가의 문제가 있었다.


일각에서는 올해 팔꿈치 수술을 받고 나란히 이탈한 박종훈 문승원의 복귀를 이야기했다. 분명 이들은 좋은 선발투수들이고, 후반기부터는 팀 전력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그러나 이어 만난 류선규 SSG 단장은 “다른 팀들이 가만히 있는 건 아니다”면서 “과연 2022년에 5강에 갈 수 있는 전력인지 확신할 수 있나”고 되물으며 낙관적인 시선을 경계했다. 기대와 냉정 사이의 그 어디선가에서, SSG의 2021년 겨울 오프시즌은 시작되고 있었다.


외국인 시장에 ‘헉’, 100억 분위기에 ‘헉’, 샐러리캡 계산에 ‘헉’


SSG는 시즌이 끝난 직후 팀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했던 정의윤 고종욱 등 총 15명의 선수를 정리하며 오프시즌의 문을 열었다. 강화에서는 투수 노경은과 내야수 김재현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와 시스템의 대대적인 개편도 뒤따랐다. 이후 SSG는 두 가지 측면에서 오프시즌의 줄기를 잡았다. 2년간 팀을 괴롭혔던 외국인 선수 라인업 정비, 그리고 팀 전력에 도움이 될 만한 외부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이었다.


류 단장은 평소부터 “프런트의 능력은 신인 스카우트와 외국인 선수 선발에서 가장 단적으로 나온다고 생각한다”는 지론을 밝혀왔다. 올 시즌 중간에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샘 가빌리오를 제외하면, 2022년은 류 단장의 첫 외국인 인선이었다. 시즌 중반부터 외국인 시장을 유심히 지켜본 SSG는 미국 시장 사정상 윌머 폰트보다 나은 선수를 데려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재계약 대상자로 묶었다. 나머지 두 명은 새로 영입해야 했다.


공시까지 시간이 있는 FA보다는 외국인 선수를 최대한 먼저 정리하고자 했다. 타자의 경우 1루수와 외야수를 모두 봤다. 외야라면 수비와 출루, 1루라면 장타였다. 하지만 외야 시장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부상 경력, 약물 경력 등을 모두 제하고 나니 확실한 선수가 없었다. 분석에 공을 들인 레나토 누네즈를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고 접근했지만 일본 니혼햄에서 총액 160만 달러에 인센티브 조건으로 데려갔다. 구체적인 제안까지 했던 류 단장은 당시 “문전박대 당했다”고 씁쓸하게 웃었다.


FA 시장은 더 쉽지 않았다. FA 시장이 시작되자마자 류 단장은 시장 분위기 파악을 위해 움직였다. 첫 타깃은 외야 두 선수였다. 류 단장도 “시작하자마자 해당 선수 에이전트와 만난 건 사실이다. 이야기를 많이 들어보려고 했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가격이 비쌌다. 외부 동향과 선수들의 요구액을 생각하면 총액 100억 원이 넘을 것 같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니면 엄청난 기형 계약을 해야 하는데 이는 선수 측에서 꺼렸다. 이 판단은 2~3주 뒤, 결과적으로 옳았다는 것이 증명됐다.


▲ 샐러리캡은 오프시즌 내내 류선규 단장과 구단의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SSG랜더스 2023년부터 시행될 예정인 샐러리캡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뜩이나 연봉 1위 팀에 가장 큰 두 가지 변수가 있었던 까닭이다. 우선 올해와 내년 모두 연봉 27억 원을 받는 추신수가 언제 은퇴할지 확실히 몰랐다. 추신수 정도의 선수라면 스스로 시점을 결정하는 게 관례다. 1년을 더 할지, 2년을 더 할지 결정된 건 없었고 오히려 구단은 '2023년까지'에 더 가까웠다. 또 언젠가는 이 팀에 돌아올 김광현이 ‘언제’ 돌아올지 몰랐다. 2년 계약은 무난할 것이라는 현지 보도를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확정된 건 아니었다.


게다가 2022년 시즌이 끝난 뒤 내부에서 6명의 FA가 쏟아질 예정이었다. 이중 한유섬 문승원 박종훈은 계약 규모가 클 가능성이 컸다. 이 선수들의 계약 규모를 미리 짐작하기 어렵고, 추신수 김광현의 은퇴 및 복귀 시점도 모르니 2023년 이후 팀 연봉 계산이 이뤄질 수 없었다.


2023년 추신수가 은퇴하고 김광현이 메이저리그에 남아 샐러리캡에 여유가 생길 수도 있었다. 그 반대로 추신수가 남고 김광현도 돌아와 샐러리캡이 폭발하는 시나리오도 계산에 넣어야 했다. 류 단장이 언론에 “샐러리캡이 고민이다”라고 말하기 시작한 때가 바로 이 시점이었다.


회심의 비FA 계약 제안… 크론-노바 차례로 랜딩하다


당시 류 단장은 “많은 것을 생각해야 하는 고차 방정식”이라고 고민을 드러내면서 “100억 이상의 외부 FA를 영입하면, (샐러리캡 제재금) 벌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2년 연속 초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내부 결론”이라고 고민을 드러내곤 했다. SSG는 1라운드 신인 지명권에 손해를 보는 2회 연속 초과는 하지 않겠다는 확실한 방침을 세워두고 있었다. 결국 SSG는 발상을 전환했다.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회심의 비FA 계약이었다.


애초에 노렸던 외부 FA 선수들의 레이스에 따라갈 여력이 없다는 결론은 시간이 갈수록 현실로 드러나고 있었다. SSG의 오프시즌 첫 좌절이었다. 그런 SSG는 먼저 박종훈 문승원 한유섬을 잡기로 결정한다. 전략이 세워진 건 외부 시장의 과열을 확신한 11월 중순부터였다. 내부에서 적정 금액을 판단했고, 공식적으로는 12월 초 세 선수에게 모두 제안을 넣었다. 선수들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구단의 움직임이었다.


박종훈 문승원의 경우 팔꿈치 수술이라는 변수가 있었지만, 성공 확률이 높은 수술인데다 워낙 성실한 선수들이기에 확신을 가졌다. 현재 재활 추이도 좋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한유섬도 장기 계약을 맺는다고 해서 대충대충 할 스타일이 아니었다. SSG는 선수들의 성품을 오랜 기간 봐 왔고 또 믿고 있었다. 게다가 이들은 팀 리더십의 주축이기도 했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선수들이었다.


류 단장은 “FA 시장이 열리자마자 에이전트 몇몇을 만나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온 건 사실인데, 샐러리캡을 따져보니 내년에 나오는 선수(문승원 한유섬 박종훈)를 못 잡겠더라. 성적도 중요하지만, 팀 문화를 이어 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불확실한 외부 환경 속에서 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세 선수를 잡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했다. 부수적으로는 2022년 연봉을 높이면서 2023년 샐러리캡 시행에 대비하는 효과도 있었다.


세 선수가 모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은 가운데 외국인 인선도 더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누네즈에 이어 2순위 후보군에 있었던 외국인 타자 케빈 크론과 사인했다. 계속해서 주시하다 12월 초 신분조회를 할 수 있는 시점이 되자 협상의 속도를 높여 일사천리로 계약했다. 폰트는 요구 조건을 상당 부분 맞춰주는 대신, 인센티브 기준을 높였고 또 신체검사도 철저히 하기로 합의했다.


외국인 인선의 마지막 퍼즐이 된 노바는 12월 초부터 레이더에 걸린 선수였다. 이전에 눈여겨봤던 선수들은 뭔가 하나씩 부족한 점이 있던 선수들이었는데 그마저 일본으로 가거나, 미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경력이 뛰어난 한 선수의 경우는 류 단장이 직접 화상 면접까지 봤지만 결국 미국 잔류를 선택했다. 풀이 좁아진 상황에서 선발로 풍부한 경험을 가진 노바는 구단이 원했던 ‘이닝이터’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내렸다.


류 단장은 "100만 달러 상한선에서 구위와 제구를 모두 갖춘 선수를 잡기는 어려웠다"고 인정했다. 김원형 감독이 OK 사인을 냈고, 부상 전력도 꼼꼼하게 체크했다. 올해 투구가 없다는 게 걸림돌이었지만, 선수 측은 “부상이 아니고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싶지 않았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도미나카 윈터리그 투구 내용을 꼼꼼하게 살핀 결과 안식년이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 SSG는 박종훈-한유섬-문승원(왼쪽부터)과 모두 5년 계약을 맺으며 팀 정체성을 다졌다. 반면 2022년을 앞둔 전력 보강은 큰 숙제로 남았다 ⓒ곽혜미 기자
당장 나아진 게 없다… 성과와 과제 모두를 남긴 오프시즌


12월 14일 박종훈 문승원의 계약이 공식 발표됐고, 12월 17일에는 폰트와 재계약을 확정해 발표했다. 그리고 12월 21일, 노바의 영입까지도 발표했다. 이제 남은 건 한유섬 협상과 외부 FA 보강이었다. SSG는 문승원 박종훈의 계약이 마무리되고 대략적인 샐러리캡 한도 계산이 끝난 직후 다시 외부 시장에 눈을 돌렸다. 원 소속팀과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었던 한 외야수가 눈에 들어왔다. “잘하면 우리의 한도 내에서 영입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판단 속에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 “한유섬과 계약이 되고, 이 선수까지 영입하면 2023년 샐러리캡이 어떻게 되느냐”라는 질문에 류 단장은 “간당간당할 것 같다. 계약을 기형적(2022년 연봉 비중의 파격적 향상)으로 해야 하는데 넘길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만약 2023년 김광현이 돌아온다면 무조건 초과다”고 덧붙이면서 “2024년부터는 여유가 있을 것 같은데…”라고 구단의 고민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즉, 이 시점에서 SSG는 2023년 샐러리캡 초과 벌금을 각오했음을 알 수 있다.


다만 외부 FA 영입은 이뤄지지 않았다. 실제 몇 차례 협상이 이뤄지며 4년과 5년안을 모두 제시했지만 끝내 영입하지는 못했다. 뒤늦게 따라온 팀이 선수 측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면서 SSG 제시액을 단번에 추월했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돈 싸움에서 밀린 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다만 레이스를 더 따라가면 샐러리캡 2회 연속 초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발을 뺀 것으로 풀이된다. SSG는 샐러리캡이라는 족쇄를 끝까지 풀어내지 못했다.


마지막 성과는 외부 FA가 아닌 한유섬과 5년 연장 계약이었다. SSG는 한유섬과 25일 오후 계약에 합의했다. 마지막 남은 재계약 대상자가 한유섬이었는데 이로써 모든 연봉 협상을 끝내며 사실상 2021년 오프시즌의 문을 닫았다. 류 단장은 추가적인 외부 FA 영입 가능성에 대해 “딱 맞는 매물이 없지 않나요”라고 했다. 철수 확인이다.


뭔가 바쁘게 움직인 건 사실이고, 또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내년에 시장에 나갔다면 잔류를 장담할 수 없었던 세 선수를 미리 선점하며 장기적인 팀의 기틀을 놨다. 류 단장은 세 선수와 만난 자리에서 “너희들이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다. 나보다는 너희들이 팀에 더 오래 있을 테니 잘 이어 나가 5년 안에 꼭 한 번은 우승을 할 수 있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팬들의 여론도 지금 당장은 호의적이다. 그러나 냉정한 현실은 바뀌지 않았다. 당장 2022년을 대비한 전력 보강이 거의 없었다.


잔류시킨 세 선수와 외부 FA는 사실상 ‘양자택일’의 개념이었다. 외부 FA를 잡으면 세 선수 중 최소 1명은 놓칠 수밖에 없었다. SSG는 고심 끝에 전자를 택했지만, 후자의 선택지가 사라지면서 전력 보강 기회를 놓쳤다. 뭔가 신바람을 내긴 했는데 정작 코칭스태프에 주어진 전력은 올해 시즌 종료일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SSG는 올해 6등 팀이었고, 팀 연봉 1위 팀임에도 불구하고 “5강 복귀를 확신할 수 없다”는 류 단장의 오프시즌 초반 고민은 전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셈이다.


SSG는 외야수는 물론 투수도 급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문승원 박종훈의 본격 복귀가 이뤄질 후반기가 오기 전 버틸 마운드의 기초 체력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투수 트레이드는 이미 올해 내내 시도했지만 성과가 없었던 지점이기도 하다. 류 단장도 “시장에서 쓸 만한 투수를 잘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면서 “현 시점에서 논의되고 있는 트레이드는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나름대로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성과와 과제 모두를 남긴 오프시즌이었다. SSG의 2022년 목표가 “2~3년 내 대권 도전 기반을 위한 유의미한 성적 향상”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추신수 최정 등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30대인 SSG로서는, 적어도 내년에 대권 도전의 기반을 닦을 위치까지 올라가고 2023년에는 제대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 전제에 충실하는 오프시즌 움직임이었는지는 확신하기 어렵다.


팀 운영이라는 것은 결과론적인 측면이 적지 않다. 만약 올해 팀이 고전해 또 포스트시즌에 가지 못할 경우, 이번 오프시즌은 ‘과감하지 못했다, 시기를 놓쳤다’는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또 샐러리캡은 내년 이맘때도 SSG를 괴롭힐 것이 확실하다. 그래서 평가는 아직 이르다. 이제 남은 빈자리를 채워가는 건 프런트와 현장의 공동 과제로 남았다. 내년 이맘때, 이 오프시즌이 어떻게 평가될지는 앞으로의 노력과 내년 성적에 달렸다. /SSG 담당기자

기사제공  스포티비뉴스

프런트에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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