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33)은 16일 오후 챔피언스필드의 감독실로 찾아갔다. 김종국 감독이 사령탑으로 취임한 이후 첫 만남이었다.
양현종은 그동안 구단과 협상 기간 있었던 일들, 느꼈던 감정들, 섭섭했던 심정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김종국 감독은 양현종의 마음과 상황을 이미 잘 이해하고 있었다. 양현종이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을 빼놓지 않았다. 김종국 감독은 “나는 무조건 네가 있어야 된다. 우리 팀이 올라가는 데 있어서 네가 첫번째고 꼭지점이다. 꼭 남아달라”고 말했다.
양현종이 “서운하다”고 한 것은 액수 자체 때문만이 아니었다. 보장액은 선수의 활약에 대한 구단의 믿음이다. 몇 차례 협상 동안 조금도 달라지지 않을 정도로 이제는 자신이 구단에서 그렇게까지 신뢰받지 못하는 선수인가 하는 서운함이었다.
양현종은 무엇보다 KIA의 영구결번을 목표로 다른 팀은 보지 않았다. KIA와 협상만 기다리며 지난 두 달 여를 보냈다. 그 끝에 찾아온 결론, 충분히 서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서운하다”는 말 한 마디는 큰 파문을 몰고왔다. 매우 힘들고 긴 사흘을 보낸 양현종은 김종국 KIA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소연 하고 싶었다. 신인 때 최고참 선배였고 자신이 고참이 되어서는 코치로서 14년의 KIA 생활을 함께 한, 이제는 사령탑이 된 김종국 감독에게 속마음을 털어놓고 싶었다.
사령탑도, 단장도 양현종이 서운한 지점을 잘 짚고 있었다.
취임 이후 양현종을 직접 만나 한 차례 식사를 하며 마음을 주고받았던 장정석 단장은 이날 “구단도 그렇지만 누구보다 네가 힘든 것을 너무도 잘 안다. 오해는 없었으면 좋겠다”며 최근 사흘 사이 실제와 다른 방향으로 빗나간 여러 시선들에 상처받은 양현종의 마음을 다독였다. 구단안에 대한 미묘한 오해도 어느 정도는 해소하는 시간을 가졌다.
양현종은 KIA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 강한 선수다. 오랫동안 헌신해왔던 팀이기에 느낄 수 있는 서운함이었다. 마음의 상처를 조금은 치료한 양현종은 조금 더 고민의 시간을 갖는다. 협상도 재개될 수 있게 됐다. KIA는 답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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