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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TV) 박용수 기자 = 경기도 용인에서 후진하던 차량에 치인 70대 노인 A씨가 수술이 가능한 병원 중환자실을 찾아 헤매다 2시간여 만에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발생했다.
30일 경기도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30분쯤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의 편도 1차로 도로에서 50대 B씨가 모는 그랜저 차량이 후진 중에 도로 갓길 쪽에 있던 70대 A씨를 덮쳤다. B씨 차량은 공터에서 후진해 도로 쪽으로 빠져나오는 중이었으며, 경찰 조사 결과 B씨에게 음주 등의 위반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인근에는 수원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와 용인 세브란스병원 등 대형병원이 즐비했지만, 구급대원들은 신고 접수 10분 만에 A씨를 구조해 인근 대형병원 3곳에 이송 여부를 문의했으나, 돌아온 답변은 중환자 병상 부족으로 수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사고 발생 1시간 20분이 지나서야 100㎞가량 떨어진 경기도 의정부 지역의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는 사고 발생 2시간 만인 오전 2시30분쯤 의정부로 이송 중 구급차 안에서 심정지를 일으켰고, 병원에서 사망 판정을 받았다. 소방 관계자는 “사고로 인한 부상 정도가 심해 대형병원에서 수술이 필요한 상황이었는데 인접 병원의 중환자 병상이 모두 꽉 찬 상태였다”며 “기상 문제로 헬기 이송도 불가능했다”고 이같이 설명했다.
이번 사건은 지난 3월 대구 여고생 사망사건과 유사하다. 당시 4층 건물에서 추락한 17세 여학생은 심각한 외상을 입었지만 병원들은 병상과 의료진이 없거나 수술이 어렵다는 이유로 다른 의료기관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했고, 응급차는 2시간 넘게 응급실을 찾아 전전긍긍하다 결국 심정지로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정당한 사유 없이’ 환자 수용을 거부했다며 해당 병원 4곳에 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와 관련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 부족 때문으로,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라면서 "가령 중증외상 환자라면 최소한 중환자실과 응급외상 수술팀이 갖춰져 있어야 응급실에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사회는 “경증 환자의 경우 지역 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응급환자는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제때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인식 개선과 함께 논의체를 구성해 관련 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또한 의료진 등 의료인력 부족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당장 늘리는 것이 쉽지 않은 만큼 지역 병원이 경증 환자를 맡아 대형병원의 진료 과부하를 줄여주고, 치료가 시급한 중증 환자의 경우 대형병원으로 빨리 보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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