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탈출구 없는 종량제봉투의 '허울뿐인 위조방지 QR코드'...탁상행정 정부 손 놓고 있어
환경부, 특허 위조방지 기술사용...겉치레 불과
전국 지자체 유명무실 위조방지 사용하고 있어
특허업체도 위조방지 안되는 사실 인정...대책방안 없어
환경부, 개정 작업 필요...지자체 정부 가이드라인 만들어야

[소비자TV] 박용수 기자= 전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량제 봉투의 위조방지 수단인 QR코드, 2차원바코드가 유명무실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봉투 제작업체의 QR코드 특허도 사실상 효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부가 ‘특허 등으로 입증된 위조방지 기술을 사용하라’는 지침에도 겉치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법유통을 막겠다며 30년째 사용하고 있는 봉투 위조방지 시스템은 현실과 동떨어져 업체 배불려 주기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소비자TV는 2023년 10월~2024년 9월까지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경기도 20여개 지자체, 대전광역시 등 판매점 두 곳씩 총 100곳에서 종량제 봉투를 구입해 위조방지 QR코드의 활용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국가의 세금을 좀먹는 위조방지가 되지 않는 짝퉁 봉투를 확인했다.

 

전국 지자체는 환경부의 ‘쓰레기 수수료 종량제 시행지침’에 따라 종량제 봉투를 제작·관리해야 한다.

 

해당 지침은 2010년 개정된 이후 지금까지 봉투에 위조방지 기술을 쓸 것을 권고하고 있다.

 

또 그 기술에 관해 “객관적으로 입증된 기술(특허 등)을 사용”해야 한다고 적시해 놓았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QR코드의 위조방지 기능을 뒷받침하는 특허나 그에 준하는 기술을 보유한 봉투 제작업체와 계약을 맺어 사용하고 있지만 실상 지자체는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특허의 내용대로 확인도 하지 않고 있다.

 

지자체별로 각기 다른 업체들이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도 있고, 특허를 별도로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제작업체와 계약을 맺어 서류만 지자체에 제출만 하면 된다.

 

이렇게 탁상행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보니 국가의 예산만 매년 수십조 원이 종량제봉투로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에 소비자TV가 취재한 결과 서울의 강서구청은 위조방지가 제대로 되고 있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가자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업체는 믿을 수 없어 계약을 해지했다.

 

또 경기도 광명시는 자체 감사로 인해 해당 종량제 봉투 재고가 맞지 않아 담당자를 신분조치시켰다.

 

이와 달리 강남구청은 아예 종량제봉투 제작업체가 동판을 임의대로 하도급 업체에 넘겨 제작하다 적발돼 해당 관할서에 고발 조치까지 진행했다.

 

소비자TV는 QR코드와 식별코드를 함께 베껴서 가짜 봉투에 인쇄를 시도해본 결과 봉투에 인쇄된 QR코드가 복사가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허출원 A업체는 위조방지 기능의 미흡함을 인정했다. A업체는 특허 심사 과정에서 특허청에 보낸 의견서를 통해 “(원본과) 똑같이 복제한 QR코드를 스마트폰 또는 스캐너 등으로 읽어 들이면 해당 QR코드를 정품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쓰레기 봉투의 정품 여부 판별이 불가능한 문제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특허청은 종량제봉투와 관련한 특허 자체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특허청 관계자는 “QR코드의 위조방지 기능을 입증하는 특허는 이미 상당수 출원돼 있다”며 “위조방지용 QR코드 특허도 신규성, 진보성, 실용성 등 요건을 충족했기에 승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특허의 기술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이상, 그걸 회피할 수 있는 방법이 발견됐다고 해서 특허 자체를 무효화할 수는 없다”고 했다.

 

이렇게 심각하게 종량제봉투의 위조방지가 허울뿐인 가운데 각 지자체 담당자는 되려 “취재진에게 해결방안을 달라”며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주면 지자체는 그대로 할 텐데 사면초가에 몰려있다’고 하소연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종량제 시행지침이 현장과 동떨어진 부분이 있다면 개정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어 “QR코드의 위조방지 기능이 미흡하다는 건 우리도 인정한다”면서 “대신 QR코드로 봉투의 제조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지자체가 유통 관리를 위해 쓴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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