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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 잠적한 스토커 결국 구속…17일간 멈춰 선 피해자 보호망
기사입력 2026.11.05 16:14[소비자TV= 박용수 기자] 최근 지인이나 연인 등 친밀한 관계에서 비롯된 스토킹과 폭력이 당사자는 물론 가족과 주변인까지 위협하는 강력범죄로 번지면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신변 안전을 지키기 위해 경찰의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찾는 피해자도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그러나 법원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결정이 내려진 스토킹 가해자가 출석을 거부하고 잠적함에도 경찰과 법원의 안이한 대처로 피해자가 보름 넘게 무방비 상태에 방치됐다가 뒤늦게 가해자가 구속되는 일이 벌어져 사법·수사기관의 ‘늑장 대응’과 ‘공조 부재’가 또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피의자 집요한 연락…법원 전자장치 부착 명령에도 가해자 잠적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인 60대 남성 B씨로부터 지속적인 스토킹 피해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가 휴대전화와 문자메시지로 “네가 내 스타일이다”, “너와 결혼해서 잘 살고 싶다”는 등의 일방적인 연락을 반복하자, 심각한 신변의 위협을 느낀 A씨는 지난 10월 12일 관할 분당경찰서에 스토킹 범죄로 신고했다.
사건을 검토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은 지난 10월 20일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라 B씨에게 피해자 접근금지 및 스토킹 중단 서면경고(잠정조치 1호)를 내리는 한편, 주거지 관할 보호관찰소에 출석해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라는 명령(잠정조치 3호의2)을 결정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상 법원이 결정할 수 있는 잠정조치는 단계별로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잠정조치 구분주요 내용집행 및 관리는 ▲제1호 스토킹범죄 중단에 관한 서면경고 ▲제2호 피해자·동거인·가족이나 주거지 등으로부터 100m 이내 접근금지명령 ▲제3호 전기통신기본법상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 ▲제3호 2 위치추적 전자장치의 ▲제4호국가경찰관서의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의 유치로 구분된다.
사법경찰관·교정기관하지만 법원의 잠정조치 결정과 경찰의 신변보호 조치에도 피해자 A씨의 일상은 완전히 멈춰 섰다. 경찰로부터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를 지급받았지만, 정작 가해자 B씨가 전자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채 종적을 감추면서 실시간 접근 경보와 위치 추적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A씨는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스마트워치를 차고 있으면 뭐 하느냐. 보호관찰관은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채운 뒤에야 위치 연동을 해줄 수 있다고 말만 하고, 가해자는 전자장치도 차지 않은 채 도망 다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며 “정신적 고통이 이어져 집 밖으로 나가거나 누구를 만나는 것조차 두렵다”고 호소했다.
특히 피해자의 거주지와 생활 반경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면식범의 특성상 예상치 못한 동선에서 보복이나 기습 범행이 발생할 위험이 커 A씨는 가해자가 검거되기 전까지 외출은커녕 집 안에서도 외부와 단절된 채 극심한 공포에 떨어야 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신변보호용 스마트워치 지급 건수는 2023년 1만6690건, 2024년 1만7508건, 2025년 2만1974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2026년 역시 8월 기준 이미 1만1724건에 달한다.
그러나 가해자에 대한 물리적 격리나 전자장치 부착이 즉각 수반되지 않는 스마트워치 지급은 위급 상황에서 ‘반쪽짜리 방패’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호관찰소 “소재 불명, 유치처분 변경 통보” vs 경찰·법원 ‘엇박자’
사법기관의 명령은 집행 초기 단계부터 철저히 엇갈렸다. 관할 보호관찰관은 지난 10월 21일 오후 3시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기 위해 B씨에게 출석을 요구했으나 B씨는 이에 불응했다. 보호관찰관이 즉시 B씨의 주거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한 결과, 해당 주소지에는 아무도 거주하지 않았고 소재지 자체가 불분명한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태가 위급하다고 판단한 보호관찰관은 지체 없이 관할 경찰서에 ‘피의자가 잠적했으니 유치장 등에 구금하는 유치처분(잠정조치 4호)으로 긴급 변경해달라’고 공식 통보했다.
하지만 소비자TV 취재 결과, 분당경찰서는 보호관찰소의 긴급 통보를 받고도 즉각적인 잠정조치 4호 변경 신청이나 신속한 신병 확보 등 실효성 있는 조치를 적기에 관철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불안에 떨던 피해자 A씨가 지난 달 23일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 “피의자가 전자장치를 차지 않고 돌아다니는데 어떻게 된 것이냐”고 강하게 항의하자, 담당 경찰 관계자는 “법원에 체포영장을 신청했으나 기각됐다”며 “밀린 사건이 너무 많아 피해자에게 제때 연락을 주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1차 체포영장을 기각한 법원 측은 기각 사유에 대해 “B씨의 경우 출석요구에 불응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미 보호관찰소의 전자장치 부착 출석 요구를 거부하고 주거지에서도 자취를 감춘 상태였음에도, 법원이 ‘불응 우려가 없다’며 영장을 기각해 현장의 위험 신호를 외면한 셈이다.
이후 경찰은 지난 달 25일 B씨에게 재차 출석을 요구해 조사 후 보호관찰관을 통해 전자장치를 부착하려 했으나, B씨가 또다시 불출석하면서 무산됐다. 피의자의 행방이 묘연해지고 거듭된 출석 요구마저 무력화되자, 경찰은 피해자와 주변인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보고 법원에 2차 영장을 신청했다.
결국 경찰은 신고 접수 17일 만이자 잠적 8일 만인 지난 10월 29일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 B씨를 체포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B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구속영장이 발부됨에 따라, 성남구치소에 수용된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전문가 “면식범 스토킹, 2차 강력범죄 위험…기관 간 공조 공백 메워야”
범죄학 및 경찰행정 전문가들은 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 범죄의 특성상 가해자가 사법 통제망을 벗어나는 순간 피해자에게 치명적인 위험이 초래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안영규 화성의과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가해자가 피해자의 주거지, 직장, 대인관계를 모두 파악하고 있는 면식관계 스토킹에 대해 “범죄학적으로 면식관계 스토킹은 반복적인 협박이나 폭력 등이 결합할 경우 살인 등 중대 강력범죄로 발전할 위험이 매우 높아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 교수는 “경찰이 보호관찰관으로부터 피의자가 전자장치 부착을 거부하고 행방불명인 상태를 공식 통보받고도 즉각적이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법률상 피해자 보호 의무를 제대로 이행했는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피의자의 소재가 불분명한 상황에서는 위험성을 즉각 재평가하고 피해자 신변보호 수준을 최고 단계로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토킹처벌법은 2021년 10월 시행 이후 2022년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계기로 반의사불벌죄 폐지(2023년), 온라인 스토킹 처벌 신설 및 잠정조치 단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도입, 양형기준 강화(2024년) 등 여러 차례 제도적 보완을 거쳤다.
법무부 역시 2024년 1월 가해자가 피해자 반경 2km 이내로 접근하면 관제센터에서 피해자에게 실시간 경보를 발송하고 경찰이 출동하는 ‘스토커 접근정보 피해자 알림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오는 2027년 4월부터는 피해자가 경찰·검찰을 거치지 않고 법원에 직접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있는 ‘피해자 직접 보호명령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처럼 일선 경찰과 법원의 안이한 상황 인식, 그리고 보호관찰소·경찰·법원 간 유기적 공조 부재가 해결되지 않는 한 아무리 강화된 법과 첨단 시스템도 현장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법무부, ‘지배·통제 행위 9가지’ 스토킹 규정 개정 추진…사각지대 줄인다
한편 스토킹과 교제폭력은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기 전 상대방의 위치를 확인하거나 일상을 지배·통제하는 방식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현행법상 전통적인 ‘접근·연락·주거지 배회’ 외에 교제·지인 관계에서 나타나는 교묘한 통제 행위는 스토킹 행위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아, 수사기관이 초기에 개입하거나 잠정조치를 청구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법무부는 이러한 법적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현행 스토킹 행위의 정의 규정에 교제·지인 관계에서 빈번하게 나타나는 ‘관계 지배·통제 행위 9가지 유형’을 새롭게 추가해 폭력으로 번지기 전 단계부터 선제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취지다.
현행법상 스토킹 행위의 정의 규정에 추가되는 관계 지배·통제 행위 9가지 유형은 ▲관계강요 ▲위치추적 ▲감시고지 ▲디지털통제 ▲사회관계침해 ▲사적정보이용통제 ▲위협·공포조성 ▲반려동물위협 ▲관계고립·차단 등이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물리적 폭력이 가시화되기 전인 지배·통제 단계부터 법적 요건에 따라 즉각적인 피해자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게 된다. 100m 이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는 물론,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장 유치 등 잠정조치도 선제적으로 집행할 수 있다. 또한 지속적·반복적인 지배·통제 행위는 스토킹 범죄로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며, 반의사불벌죄가 적용되지 않아 가해자의 합의를 통한 처벌 회피나 보복성 압박도 차단할 수 있다.
정부는 개정법이 국회를 통과하는 즉시 현장에서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수사기관 간 잠정조치·긴급응급조치 실무 기준을 정비하고, 성평등가족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피해자 보호·지원 체계와의 연계도 한층 강화할 방침이다. 법 개정에 발맞춰 잠정조치 불응자에 대한 즉각적인 강제구인·유치 전환 등 일선 사법·수사기관의 현장 집행력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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