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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 뜨자마자 기내 '심정지 환자' 발생...하늘에서 생명 구한 한국 의사 8인"

기사입력 2026.04.03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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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TV】 박용수 기자= 지난달 24일 국제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행 비행기가 이륙 후 탑승했던 한국 의사들이 심정지가 온 미국 국적의 필리핀 여성의 목숨을 구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는 “그 당시 오전 인천발 마닐라행 비행기에 탑승한 대한가정의학회 의사들은 이륙한지 30분 뒤 '닥터콜'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비행기 안에는 현 대한가정의학회 이사장인 김철민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정환 강남을지대병원 교수를 비롯해 가정의학과 의사 8명 가량이 탑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에 있던 김정환 교수는 소비자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닥터콜을 받고 "일어나야 하나 말아야 하나 약 2초 간 고민하는 사이, 내 앞에 앉아있던 김철민 이사장이 가장 먼저 벌떡 일어났다"며 "환자 쪽으로 가보니, 안색이 창백한 한 필리핀 국적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화장실 문 앞에 쓰러져 있고 승무원 두명이 그녀를 둘러싸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김 교수는 2초간 머뭇거렸던 이유는 “주변 동료 의사들로부터 응급처치 또는 응급의료행위로 인해 응급의료 행위자가 소송에 걸리거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그래도 생명을 살리는데 있어 일어서게 됐다”고 토로했다.

     

    일명 '선한 사마리안법'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따르면 의료과실이 있더라도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의2에 의하면 응급의료종사자가 아닌 자가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행위자는 민사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일단 응급환자의 기도 확보하기 위해 김철민 이사장이 삽관을 시도했으나, 환자의 체구가 크고 혀가 뒤로 말려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플라스틱 후두경으로는 삽관이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내에 후두마스크(LMA)가 비치돼 있어 김철민 이사장이 삽관 없이 바로 후두마스크를 꽂아 넣었고, 김정환 교수도 기내에 비치된 청진기로 호흡음을 확인하며 환자의 상태를 살폈다.

     

    이에 따르면 당시 환자는 약간의 의식이 남아 있었고 손을 쥐어보라는 말에 오른쪽 손은 힘이 어느 정도 들어오는데 왼쪽 손에는 전혀 힘이 들어오지 않는 걸로 볼 때 우측 뇌경색이 의심되는 상태였지만 정확한 진단을 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김정환 교수는 "환자 호흡음이 너무 약해 이러다 호흡이 멎을 것 같았다"며 "자발적 호흡이 점차 약해지는 걸 느끼고 일단 앰부백을 짜 강제로 인공호흡을 시키기 시작했는데, 수축기 혈압이 80이하로 떨어지면서 곧 심정지까지 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당시 뭔가 이상하다는 걸 느꼈지만, 비행기 안에서 이 환자에게 할 수 있는 건 거의 아무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다른 자리에 앉아 있던 의사들도 하나, 둘 환자 곁에 모여 응급처치를 도왔고, 갑자기 기적이 일어나는 조짐이 보였다.

     

    앰부백을 짜면서 환자의 호흡을 유지하던 중 환자의 안색이 나아진 걸 보고 앰부백을 짜던 손을 잠시 멈추고 환자의 경동맥을 짚어보니 환자의 자발적인 호흡이 돌아오기 시작했다는 것. 시간이 지나니 떨어져가던 혈압도 다시 올라 수축기 혈압이 190~200까지 올랐다.

     

    김정환 교수는 "이제는 환자를 살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환자의 의식도 점차 돌아오기 시작했고 작은 질문에 고개를 움직이거나 눈을 깜빡이면서 답을 할 수 있는 정도였다"고 말했다.

     

    동료 의사들과 손을 바꿔가면서 환자 곁을 지키며 3시간 30분 여 만에 마닐라 공항에 도착했다. 당시 환자가 마닐라 공항에 내릴 때에는 상태가 점차 호전됐다.

     

    김정환 교수는 "비행기를 타면서 닥터콜을 받는 경험은 간혹 있지만 이 정도의 위중한 환자를 만나는 일은 정말 드문 일"이라며 "특히 마침 이렇게 많은 의사들이 학회 참석을 위해 한 비행기에 타고 가는 경우에 이런 환자를 만나는 일은 더 드문 경우일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2일) 지난달 24일 기내에서 응급환자를 구조한 가정의학과 전문의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동시에 응급의료 면책 제도의 한계를 지적했다.

     

    의협 김성근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환자가 무사히 회복돼 다행"이라며 "고생하신 김철민 교수님과 김정환 교수님 등 가정의학과 선생님들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소비자TV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각 항공사 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응급환자 발생을 대비해 응급의료 장비를 반드시 비치해놓을 필요가 있다며 사용할 수 없다면 아무런 필요가 없기 때문에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무원들은 기본적으로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항공사에서 환자에 대해선 어제(2일)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구급차를 불러 환자를 안전하게 병원으로 이송해 치료받고 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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